키노의 여행

1. 이 포스트는 [키노의 여행] 감상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상당부분 미리나름(네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는 내용이니 볼 계획이 있는 분들은 읽지 않는것을 권장합니다. 또한 이평가는 작품을 본 분을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이곳은 기자로써의 자질보다는 한 유저의 개인적 감상에 대해서 기록한 곳입니다. 이 점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적어보는 공식 감상 포스팅인것 같습니다. 다소 여유로워 진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작품은 생각날때한번 상세하게 이야길 하고 넘어가는게 좋을것 같아서 바로 등록합니다.

- 1쿨, 소설을 다 담기엔 짧을지도.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해서는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접했습니다. 다만 다 본 후에,찾아서 보니까 역시 원작은 소설일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대충 맞아들어간것 같네요. 소설 원작에지금 9권까지 나왔고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상당히 장편에 속한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정도 분량이라면 짧은 내용은 아닐텐데 1쿨(14화, 0화 포함)와 극장판만으로는 모든것을 표현하는게 부족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길이에는 구애받지 않는 비교적 자유로운 방식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어떤 화는 1화에 3~4개의 에피소드를 뭉떵그려서 넣은 곳도있는 반면에, 2개화에 걸쳐서 1개의 에피소드를 표현한 화도 있습니다. 애니를 담당하고 있는 감독이 굳이 길이에 신경쓰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키노의 여행]은 군더더기가 없고 아주 깔끔하게 필요한 부분이 잘 배치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각 에피소드가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 내용으로 보면 과거의 봤던 화의 지식이나 내용이 바탕이 되어서 다음 화를 구성하고 있는 일종의 오버랩시키는 복선의 의미도 함꼐 담고 있습니다. 각 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뿐만 아니라, 다른 화에서 자신이 보고 잇는 화에 대한 연관성을 보면서 다시 회상할수 있도록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꽤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제가 비록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아마 소설에서도 이러한 형식으로 관계없는 이야기 속의 모음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되어있지 않았을가 생각을 해봅니다. 덕분에 애니로써의 모습에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러한 연결 고리를 통해서 작품에 빠져들게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게 하죠.

- 여행자, 방관자와 관계자 사이의 줄타기

[키노의 여행]은 주인공인 '키노'와 말을 하는 오토바이인 '에르메스'가 여행을 하면서 모은 이야기를 에피소드별로 구성한 작품입니다. 한 국가(정확하게 말하면 중세의 도시 수준)에 사흘씩 체류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여러 특색있는 국가에서 겪은 일들을 '다소 무미건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작품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방관자'로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의 흐름속에서,기본적으로 키노는 방관자의 자세를 취합니다. 때때로 여러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키노가 선택을 하게 되는것은 바로 '여행자', 즉 스쳐서 지나가는 사람의 길을 택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을 말이죠.

하지만 키노가 항상 방관을 하거나 지켜보는 입장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무미건조해보이지만 때때로 여러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직접 관계하기도 합니다. 한번 사건에 관계하게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결말을 내는 모습에서, 키노가 과연 단순한 방관자인가하는 의문을 동시에 가지지 않을수 없죠.

따지고보면, 키노가 취하는 행동은'인간으로써 무책임하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사건이 해결되고 일이 끝나고나면 다시 길을 떠나게 되는 모습, 그리고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은 자신들의 작은 추억이 되어 간직될 뿐이니까요.

결과적으로는 길을 떠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는 관계를 하는 모습이랄까.... 각 에피소드별 시점도 1인칭과 3인칭, 가끔은 2인칭의 시점도 엿보이는 다소 혼란한 상황속에서도 절묘하게 마무리를 짓고 줄을 타는 모습은 다른 작품에서는 상당히 보기 힘든 특이한 모습입니다.

- 특색있는,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왜곡된 국가들

여행에서 보여주는 각 국가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상적인' 모습하고는 상당히 거리고 있습니다.일부 국가는 그냥 '특색'이라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어보이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러한 부분은작가의 상상력이 자유롭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꽤나 심한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키노나 에르메스는 기본적으로 '각 국가의 특색'이라고 정의하고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특별히 관여를 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이는 상당히 개인주의적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뭐랄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보고 넘어갈까 싶기도 하더군요.(사실 그런 각 특색을 가진 국가가 있다는것을 별로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말이죠.)

중요한 것은, 작가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던, 각 국가가 가지고있는 '비정상적인' 모습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 활동방식중에서 한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표출한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즉, 현실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오버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반대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나 느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아마 이러한 구성 자체가 의도된 것으로 해석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리석음' 속의 복잡 미묘한 감정상태

이러한 특이한 구성때문에 작품을 보는 입장에서는 꽤 혼란스러운 상태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상식을 깨는, 무엇이 진실인지 그 누구도 쉽게 말할수 없는 작품속에서 각 화가 던지는 물음이나 의미는 사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죠.

다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 부분이라면, 일반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하는것 자체는 현실에서는 보통 '어리석다'라고 표현을 하면 적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개인이 그런 행동을 취할 경우에는 '미쳤다'라고 욕을 먹거나 '바보같다'고 손가락질을 받는 부분이지만, 그것이 모여서 한 국가의 형태로 나타나게된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때문에 확대 해석을 하면, 키노의 여행에서 말하고 싶은것은 '무의미해보이는, 혹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행위'가 '군중심리'가 되어서 작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속에서 '키노'라는 개인 취할수있는 행동이 해당 국가나 군중에게 다시 어떠한 영향(피드백)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 최종화는.... 백미

이러한 여러가지 혼돈.... 하지만다른 느낌을 주는 화가 딱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13화, 마지막 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여러 에피소드중에서도,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지켜보는 작품의 마지막에서 '가장 마지막에 배치해야했고, 또한 그 선택이 최상'였음을 보여주는 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종화는 다른 화하고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다른 화는 내용이 거듭될수록 씁쓸하거나, 혹은 불쾌하거나, 무미건조하거나 한 느낌이 뒤섞여서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겠지만, 마지막 화만큼은 딱 잘라서 '슬픔'이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마지막화의 구성은꽤나 반전틱합니다.'친절한 사람들의 나라'라고 불린 이 에피소드의 부제는 '내일은 결코 다시오지 않는다'입니다. 처음 해당 국가에 들어가기전 말한 해당 국가의 평판은 여행자에가 최악이라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해당 국가에 들어가면 전혀 반대의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이 때문에 평판이 선입겸으로 작용해서 이렇나 친절속에 다른 행동이 숨어있지는 않을까하는 신경을 쓰면서 보게 되죠.

하지만 떠날때까지 특별한 반전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키노가 만난 '사쿠라'와 '그 호텔'은 바로 키노의 과거(5화)와 오버랩되면서(오버랩되는 장면은 안나오지만 정황상 충분히 그 느낌을 살려줍니다.) 오랜만에 친절하고 평화로워보이는 이 '정상적인 국가'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합니다. 최종화 도입부분에 이야기 나왔던 평판과 더불어서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가중되죠.

다만, 떠나기전에 키노가 '하루 이틀을 더 묶고 싶다'라는 부분 자체는 상당한 반전입니다. 특별히 지켜야 할 규칙은 없지만, 스스로 정한 지금까지의 룰을 '스스로 깨고 싶어한 경우'는 처음이었으니까요. 그것을 부탁하는 키노의 표정은다른화에서는 보기 힘든 '무언가를 찾고싶은,필요로 하는듯한'모습입니다. 하지만'키노입장에서 믿기 힘든 이 부탁'은거절당하고 말죠.

이 장면부터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반전의 연속은 '무엇'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케 했으며, 또한 불안하게 하였는지에 대해서 결말을 내면서 막을 내립니다. 무표정해보이는 키노의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거나, 떨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 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며, 우리가 느낄수 있는 감정이 '슬픈 모습'이라는 것으로 하나로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화도 이 최종화 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작품 내내 느껴지는 복잡미묘해보이는 상황속에서도.... 최종화만큼은꽤 많이 울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남들에게 나쁜 평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단 한사람에게만큼은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죠. 단 한사람에게는... 말이죠.

구성면에서 과거를 한번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과거와 오버랩시켜주고, 화 진행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면서도 최종적으로 그 의미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려주는 유일한 화였습니다. 여러 이견이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최종화만큼은 정말 수작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작화와 성우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심리묘사

최종화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저런 미묘한 표정의 변화나 모습을 감지하려면 무엇보다 '작화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가능합니다. 작화 자체가 ?팁側 되면 아무래도 몰입도도 떨어질뿐더러, 저러한 표정변화나 심리묘사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무리가 있죠.

이 점에서 [키노의 여행]의 작화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주 약간씩 작화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신경쓸정도의 수준도 아니고, 이렇게 매 화별로 다양하고 많은 등장인물들의 작화가 거의 흐트러짐이 없이 유지되는 경우도 찾기 힘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보게된것이 아마 DVD용이라서 꽤나 작화 보정을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제가 본 버전 기준으로는 만족스러운 모습을 유지하였습니다.

성우진의 연기력도 상당히 뛰어납니다.(명단을 찾아봤는데 성우진이 누구였는지 모르겠네요. 아직 일어를 제대로 못읽으니;) 특히 키노역을 맡은 성우는 거의 포커페이스로 '과거'의 키노와 '현재'의 키노의 미묘한 목소리차이를 드러냅니다. (사실 4화까지는 키노가 남자인줄 알았으니 5화에서 제대로 낚였다는 생각에 좌절하긴 했죠.)또한 극장판에서 보여주는 '나'(남자와 여자가 자신을 지칭하는 인칭대명사가 다르다는 사실을 그때야 감지-_-;)를 지칭하는 설명에서 다시 한번 좌절했으니,이래저래 '잘 몰랐기 때문에'라는 것도 있지만 속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당한 연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이 외에도 에르메스 등의 전체적인 성우진의 연기력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에르메스는 오토바이로 특별한 표정이 없기때문에 목소리만으로 모든것을 표현해야 했는데, 오히려 그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할수 있지 않았을가 싶기도 하더군요.

- 보는 사람에게 화두를던지는수작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 화두를 제시하고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또한 이것이 오버되면 보는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하고, 너무 약하면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죠.

[키노의 여행]은 방관자, 혹은 중도적 입장에서 관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에 빠져들게하는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지나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필요한 부분에서의 필요한 행동'을 하면서 움직이는 모습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묘한 선을 절묘하게 타면서 독특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끊을 놓치지 않는 작품이죠. 단순히 즐길수 있는 작품하고는 다르지만,최근 보고 있는 수많은 애니중에서도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독보적이었습니다. 구성, 작화, 성우진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제가 생각하는 타입에 있어서는 분명히 '수작'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감상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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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걀 | 2006/06/08 17:22 | 애니 후기 (정식)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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