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Neo Genesis Evangerion)

이번 포스트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감상입니다.이번 포스팅은 미리니름(스포일러/네타바레)가 많은 관계로 보실 예정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내용을 보지 않는것을 권장합니다.

참고로, 이번 작품은 에그장의 DVD/6.1ch 셋팅 기념으로 뮤&습 어택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두번째 작품인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는 바로 아래에 포스팅되었습니다,) 때문에 오랜만에 DVD로 직접 본 작품이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들어가겠습니다'-'*

ps : 제 감성/해석뿐 아니라 다른 논문성 글까지 끌어와서 내용이 상당히 깁니다. 참고로 하고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 굉장히 어려운 시작

 

  [신세기 에반게리온](이하 에바), 이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두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묘하게 어두운 색채와 무언가 정이가지 않는 느낌으로 인하여 저랑은 극히 최근까지도 그다지 인연이 없었던 작품이었죠.

 

  그러다가, 이번에 뮤&습 어택으로 인하여, 에그장에서 밀봉 에바가 뜯기고 강제 감상모드로 셋팅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명목은 AV 시스템의 테스트였지만, 결국은 끝까지 다보게된.... 10년이나 늦은 지각 감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원래라면 다 보고 나서 바로 포스팅을 해야 했지만, 이번 작품은 이렇게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쓰는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작품입니다. 시간이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짓을 한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어쩔수 없이(?) 쓰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번 작품은 하고싶은 말이 상당히 많은 상황인데, 정작 이걸 말로 풀어내려면 상당히 귀찮고 짜증나는[..] 일들이 수반되어야 하는지라 귀차니즘(?)속에서 다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의뢰받고 작성하는 기사도 아닌데 그렇게 논문 쓰듯이 바득바득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고민끝에, 그냥 결국 손가는대로 쓸 수 있는데까지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돈나오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훨씬 잘 정리한 사람도 많을테니까요. 후후[..]

 

 

 

- 시대의 문제작, 에바

 

  다들 익히 아시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배경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다른작품에서 안하는 짓을 하는것은 편애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만큼은 배경의 언급이 없으면 작품 자체의 감상을 적을 수 없는 구조상, 어쩔수 없이 다소간의 자료를 조사해봤습니다.(이래저래 귀찮게 만드는 작품이네요.-ㅁ-)

 

  [신세기 에반게리온](이하 에바) 역시 '안노 히데야키'씨의 작품입니다. 안노씨가 감독뿐 아니라 연출 전반을 총 지휘한, 말 그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깔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봐도 좋죠.(이전에 작업했던 작품으로는 건버스터나 나디아와 같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역시 대작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이죠.)

 

  이 에바는 첫 상영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상영횟수를 반복하면서 점차 매니악한 설정과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구성으로 인하여 결국 '대세'로 정착해버리게 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 있어서는 야마토, 건담과 더불어서 제 3차 애니메이션 붐이라고 일컬어질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에바는 그 위상만큼이나 상당한 논란거리도 남겼습니다. 염세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난해한 세계관, 파격적인 구성 등은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던 틀을 깨어버리는 동시에, '사람의 수'만큼의 해석을 남겨버림으로써 지금까지도 논쟁의 대상으로 심심찮게 떠오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어려워 보이는듯한 내용, 그러나...

 

  저에게 에바 시리즈가 가지고 있었던 매력이 무엇이 있었을까라고 물었을때, (이 후에는 이와 유사한 작품을 꽤 볼수 있지만) 저라면 먼저 이 '난해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를 꼽고 싶습니다. 다른 메카닉 디자인이나 캐릭터 성 등도 물론 처음 눈길을 사로잡는데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결국 에바를 이러한 위치에 올려놓은것은 이 모든것을 아우르는 시나리오나 구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결국 에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해서는 지금도 상당한 논쟁거리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보는 사람이 느끼는 바에 따라 사람의 수만큼 다른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구성이기 떄문이죠. 게다가 감독인 안노씨는 에바에 해석에 대해서 '보는사람 마음'이상의 발언은 극구 자제를 하고 있으니 이 역시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를 해서 제가 에바를 볼 때 느낌은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굉장히 어렵게 돌려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분석학적 용어를 알고 있다거나, 근/현대의 철학이나 사상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보신 분들이라면 에바에서 나오는 내용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에바의 세 파일럿인 신지, 아스카, 레이는 각기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 일반인과 다른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과거는 그들의 현재를 얽매이고, 그 얽매임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지속적으로 제약을 받게 되는 상황이죠. 결국 파멸(혹은 구원(?))으로 끝나고 마는 상황에서, 결국 제작진은 '같은 증상(상황)에 놓인 다른 세 증상'을 보여주는 것이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세사람 모두 사실 정신분석학에서 보면 '자폐'와 '정신분열'적 증세에 해당하는 행동패턴중 한가지를 집중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까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세사람의 상태는 '똑같은 병의 다른 증세'라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면 아주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난해하게 '보이도록 설정한 것'이지 '실제로 난해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 최종화(25-26)과 극장판(End of Eva.)의 관계

 

  다른 부분에 대한 해석은 나중에 첨부하는 자료를 통해서 한번 생각해보시도록 하고, (여러 해석중에서 그쪽 해석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최종화의 시간관계에 대해서만 조금 생각을 해보고자 합니다.

 

  알다시피, TV판의 25, 26화는 거의 정신병리학/심리학적 용어들이 난무하면서,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뒤섞으면서 회상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왜 이따위 화를 넣어서 머리에 쥐를 내리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제작진(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이 25, 26화는 이전의 어떤 화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인류 보완 계획'은 사람들의 서로간의 마음을 읽어서 공유하고, 이것을 통해서 [자아]를 찾아서 회복하는 계획....이라고 저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일체화 될 수 없는 세상에서 '일체화를 지향'함으로서 서로간의 생각을 보완하고 비었던 부분을 채워서 서로 상처받았던 부분을 치유하고자 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봤죠.

 

  그 관점에서 볼때, (특별히 신지가 주인공이라서 세워졌겠지만) 신지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 계획의 진행과정은 상당히 오랜 시간(2015년에 시작했는데 신지가 마음의 벽을 깬건 26화에서 1년이 흐른 2016년으로 나옵니다.)을 필요로 합니다. 쉽게 말하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생각을 직접 연결해서 읽으면서 자폐 증상을 치유한다고 할까요?

 

  그 과정상의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2016년에 신지가 마음의 벽을 깨고 나오면서 정신적인 도피(자폐)에서 회복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암시합니다. 그때 보면 이미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면서, 신지가 다른사람들보다 '늦었음'에 대해서 핀잔을 주는 내용들도 섞여있죠. 즉, 최소한 박수를 치고 있던 사람들은  신지보다 앞서서 인류 보완 계획을 해결(?)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극장판 2기인 End of Eva.는 상당히 내용이 삼천포(?)로 흐르게 해버립니다. 25, 26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상한 결말'이라고 보겠지만, 제가 볼떄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이 어두운 세계관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결론을 내줬다고 생각했는데, 극장판은 결국 모든것이 쫑나고 파멸속에서 마무리를 지어버립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볼때 극장판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은 아직 인류 보완 계획이 진행되지 않은, 혹은 진행선상에서 치유가 되지 않는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26화에서 이 계획이 일단 성공을 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이 후에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치밀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에바 시리즈에 있어서는 뭔가 이상한 점이었죠.

 

  그래서 두가지 가능성을 두고 해석을 해봤습니다. 25-26화 선상에서 보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속에서 '이미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가능성을 먼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에는 극장판에서 보여주는 완전한 끝, 파멸로 보이는 듯한 상황은 '회복가능성'을 염두해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편해 보입니다. 신지와 아스카가 다른 사람과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을 거부하고 타인으로써 살아가는것을 선택한 것이 먼저였을뿐,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도 이를 깨고 나온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사실 이렇게 강제건 아니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읽어서 하나로 묶는다는 개념은 인류 보완 계획 내용 그 자체 - 제레의 궁극적 목적 - 하고 그대로 연결된다는것을 감안하면, 25-26화에서 있던 내용이나 극장판의 내용은 사실 '똑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시간순서상에 있어서 얼마든지 최종적인 끝은 26화로 보고 '자아'를 찾아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고 스스로에 대한 정의를 내림으로써 막 자체를 내려줬다는 해석이 가능하죠.

 

  또 다른 방식의 생각은 '인류 보완 계획'에서 보여주는 '또 다른 미래상/환상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다들 기억하시곘지만, 26화의 중간부분에 있어서 그 지속적인 난해한 '자아 찾기용 질문'속에서 <예시로써 보여주는 행복한 일상>을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러한 예시 중 하나로 인류 보완 계획 자체가 나왔다고 볼 수 도 있으며, 그렇게 하면 역시 극장판의 최종 파멸은 그 끝이 아니라 계획상의 '일부'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제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기 때문인지는 모르곘습니다만, 저더러 해석을 하라고 하면 이런식으로 풀이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이 암울하기 짝이없는 세계관에서 최소한의 '답'을 구할 수 있는 해석이라고 스스로 납득을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죠.

 

 

- 오타쿠 코드

 

  에바 내에는 수많은 [오타쿠성 코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 (지금을 포함하더라도) 은유적으로 그렇게 수많은 코드를 한 작품에 넣은 경우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것으로 보이죠.

 

  가이낙스 자체가 상당한 오타쿠 집단으로 알려져있고, 감독인 안노씨도 이쪽 계열의 출신입니다. 이러한 배경을 두고 이 '오타쿠 코드'를 기반으로, 안노씨가 '오타쿠를 싫어했던 오타쿠'라고 보는 입장에서 쓴 논문성 내용이 있습니다. 아마 한번쯤 읽어보신 분들도 많을듯 한데, 일단 전문을 하단에 첨부하곘습니다.

 

 

--------------------------첨부한 문서-----------------------------

 

에반게리온과 오타쿠 문화

 

 

I. 안노 히데아키의 오타쿠 문화 인식

 

안노 히데아키는 1960년 생으로 어려서부터 만화영화를 좋아했고 학창시절부터 이미 독자적으로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사람이다. 오사카 예술대학에 입학한 그는 그곳에서 현재 GAINAX의 대표인 야마가 히로유키를 만나게 되고(이 사람은 오네아미스의 날개 제작시 연출을 맡았다.) 그와 함께 작업에 열을 올렸다.(주로 8mm를 이용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그 후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를 통해 당시 오타쿠 문화의 저명인사였던 오카타 토시오와 현재 GAINAX 통괄 본부장인 다케다 야스히로를 만나 '다이콘 필름'을 설립했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제작에도 참여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애니메이션 제작에만 몰두한 결과 대학에서 쫓겨나게되고 후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기도 한다. 그 뒤 반다이사의 후원으로 GAINAX로 새롭게 탈바꿈한 다이콘 필름에 다시 개입, 오타쿠 집단 GAINAX의 주축 멤버가 되었고 이미 그는 80년대 오타쿠 문화의중심에 서 있었다.

 

GAINAX의 야심작이었던 '오네아미스의 날개 - 왕립우주군' 이 흥행에 실패하자 흥행실패의 요인을 나름대로 분석하던 중 '오네아미스의 날개'에는 오타쿠적 요소가 치명적으로 결여되어 있음을 발견한다.그는 이 때부터 오타쿠 문화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연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오타쿠문화의 폐쇄성과 현실 도피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다.'오네아미스의 날개'의 뛰어난 작품성을 보지 못하는 오타쿠의 맹안은 미소녀나 메카닉을 바라보며 심미적으로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했으며 안노 히데아키는 이것을 열렬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오타쿠의 비디오' 라는 작품을 통해 오타쿠 문화의 폐쇄적이고 자기 만족적인 성격들을 회의하고 풍자하였으나 사람들은 그의 의도를모른 채 "재미있구나." 정도로 넘기고 말았다. 88년 그는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를 감독하며 오타쿠적 요소를 실험적으로 집결시켜 보았다.

 

결과는 대성공.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OVA명작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하지만 이로써 안노 히데아키는 다시 한 번 오타쿠 문화에 실망하고 만다.아무런 주제도 별다른 내용도 없는 만화영화가 단지 미소녀와 메카닉을 등장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그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사실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에는 안노 히데아키의 독특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최종회의 흑백처리였는데, 월간KINO 2월호에서는 이러한 처리가 무의미한 것이며 이는 당시 안노 히데아키가 처해 있는 폐쇄상황을 상징한다고 하였다.그러나 이것은 틀린 말이다. 흑백의 화면처리는 절대 무의미한 것이 아니며 당시 안노 히데아키가 처해있는 상황은 폐쇄상황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다. 단지 실망일뿐. 안노 히데아키는 만화를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 정신적 안정만 취하려 드는 오타쿠들의 시각을 현실로 돌리고자 하였는데 이에 대한 시도가 바로 흑백의 화면처리였다.

 

칼라에 비해 흑백화면은 상당한 거리감을 준다. 흑백처리는 칼라의 생동감을 지니고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애니메이션의 경우 이것은 더욱 강하게 부각된다. 특히 순간적으로 칼라에서 흑백으로 전환 될 때 이러한 거리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즉, 안노히데아키는 오타쿠들을 향해 "당신은 작품 외적 세계 즉, 현실 속에 있는 존재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메세지는 약간의 느낌으로만 작용했을 뿐,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말았다.89년부터 NHK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의 성공은 애니메이션 팬들의 열정적 지지를 동반했고 이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또 다시 안노 히데아키를 실망시킨다.GAINAX 역시 크게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계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적자를 냈고 자신의 전력을 쏟아 부었던 안노 히데아키도 쇠진해 버린다. 결국 그는 4년이 라는 긴 시간동안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침묵기를 맞이하게 된다.

 

 

II. 에반게리온 이전의 오타쿠 보완계획

 

- 완전실패

 

그리고 그는 오타쿠의 장례식을 위한 '프로젝트 EVA' 라는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잔혹한 천사의 테제>

 

"잔혹한 천사의 테제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푸른 바람이 지금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

단지 나만을 보며 미소짓고 있는 당신.

살며시 닿는 것 찾는데 열중해서

운명조차 아직 모르는

천진한 눈동자.

그렇지만 언젠가는 깨닫겠지요.

그 등에는

먼 미래를 지향해 나갈

날개가 있다는 것을....."

 

자칫 놓치기 쉬웠던 것이 바로 이 '잔혹한 천사의 테제'의 노랫말이었다. 나의 전반부는 작가의 개입이 거의 없다는 가정을 무너지게 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이 바로 이 노랫말이었다.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 단지 나만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당신'

 

이란 것 자체가 폐쇄적 상황에서 단지 에반게리온이라는 영상물을 통해 위안과 쾌락을 얻는 '오타쿠' 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반드시 오타쿠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노 히데아키의 확신이 들어가 있는 셈이 된다.안노, 그는 에반게리온 제작에 착수하던 그때 이미 오타쿠 문화를 면밀히 알고 있었다.

 

미소녀-거대 메카닉-밀리터리-동성애-미소년-미스테리적 요소-각종 페러디의 내용 구성인자 들의 모든것이 오타쿠 취향에 맞도록 설계 된 것이었다. 가사 중의 '살며시 닿는 것 찾는데 열중해서' 라는 말도 말초적인 것을 향유하려는 오타쿠의 습성을 나타내며 '운명조차 아직 모르는 천진한 눈동자' 역시 가상의 세계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정말로 자신의 운명조차 생각해 보려 들지 않는 오타쿠의 현실 도피적 경향을 시사한다.

 

하지만 결국 안노 히데아키는 '오타쿠 자신은 자신이 지닌 미래와 그 미래를 지향할 날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노래함으로서 자신이 보여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방향을 짐작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노래 가사만으로 안노 히데아키의 숨은 의도를 알아낸 사람은 거의 없었다.

 

 

III.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공개

 

- 작가의 메세지

 

주인공 신지가 에바 초호기에 타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제 1화에는 '달아나선 안 된다'는 신지의 대사가 강하게 메아리 친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달아나선 안 된다는 안노 히데아키의 메세지가 들어있는 부분이며 이 대사는 제3화를 비롯해 여러 번되풀이된다. 제3화에서는 자신이 몰두해 있는 세계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오타쿠의 세태를 보여준다. 즉, '목표를 센터에놓고 스위치'라는 말을 극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행동하는 신지의 모습이라던가

 

'아버지도 없는데 나는 왜 또 에바에 타고 있는가?'라고 자문하는 신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을 보며 자기 자신을잃고 마는 오타쿠들의 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제4화에는 밀리터리에 빠져있는 켄스케가"좋아서 하고있을 뿐이야."라고 말하자 신지는 엄마가 걱정하실테니 그만두는 게 좋을 거라며 극히 현실적인 충고를 한다. 이러한 부분도 안노가 신지의 목소리를 빌어 오타쿠들에게 충고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충고는 제19화에서 카지가 '혼자서 뭘 해야하는지 결정하라.'고 함으로써 다시 한번 되풀이된다. 그리고 제19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대사가 나온다.

 

레이: 불쾌한 것을 피하는 거야.

 

신지: 까다로운 것을 피하는 것이 뭐가 잘 못된 거야?!

 

겐도: 또 도망가나!

 

여기서 까다로운 것을 피하려는 신지야 말로 현실을 피하려는 오타쿠와 통한다.그러나 정작 오타쿠들은 이러한 안노 히데아키의 의도를 모른 채 비극을 향해 걷고 있었다.

 

 

IV. 에바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비극

 

- 극과 자아의 비교해석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등장 인물들은 제각기 자기만의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신지는 에바에 타는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며 자아 정체성을 갈구한다.레이 역시 클론으로서의 결핍을 느끼며, 아스카는 유년기의 정신적 쇼크를 겪고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22화에서 사도에게 정신오염을 당하고 폐인이 된다.미사토 역시 아버지의 부재라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동료인 카지에게서 아버지를 찾으려 한다. 컴퓨터 공학자인 리츠코는 학자로서의 어머니의 모습과 여성으로서의 어머니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며 다른 한 편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겐도마저 에바와 동화 되어버린 이카리 유이의 부재에서 콤플렉스를 느끼며 유이의 복제인 레이에게서 유이의 모습을 찾는다.

 

그는 제12화에서는 '가족이라는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사람'으로 서술되기도 한다.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핍들을 대하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안노 히데아키가 그토록 문제의식을 보였던 현실에서의 도피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오타쿠, 아니 좁은 의미에서 에반게리온의 팬들은 TV, 비디오, 음반과 포스터, 각종 캐릭터 상품들을 구매, 소유함으로서 행복과 심적 안정을 취했다. 에반게리온이라는 매혹적인 상품은 그들을 까다롭고 생각하기 싫은 현실이라는 것에서 탈출시켜 주는 작용을 한 것이다.

 

제20화에서 신지는 에바와의 싱크로율이 한계치를 넘어 에바와 동화되어 버린다. 에바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에바와 동화되어 버리는 오타쿠들의 모습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코스프레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그 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에바에게 다가가는가?

 

에바에 동화된 신지는 미사토, 레이 ,아스카 즉, 안노가 만들어 낸 미소녀 캐릭터들의 유혹을 받는다. 그런데 세 사람의 소녀는 신지를 향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시청자인 오타쿠들을 향해있다.

 

" 육체적, 정신적으로 함께 있고 싶니? 평안해 질 거야. "

 

이것이 그들의 속삭임이다. 그리고 오타쿠들은 정말로 그들과 함께 있음으로써 평안을 느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에바와의 싱크로라는 의미도 결국은 얼마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빠져드느냐 하는 오타쿠의 상태를 나타내는 용어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또 하나, 싱크로 400%의 신지는

 

"내 세계이지만 모르겠어...불쾌한 이미지. 적이다!"라며 현실을 외면하나 미사토가 "에바에 타기 때문에 넌 네가 되는 거야."

 

라며 깨우쳐 준다. 그리고 신지는 비로소 에바와의 동화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다. 에반게리온에 빠져 있다가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오타쿠의 모습, 아니 더 이상 오타쿠가 아닌 현실 속의 사회인으로 각성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을 모른 채 에바 안에 머무르려는 현상. 그것이 바로 전 세계에서 빚어지는 에반게리온 현상이며, 이것이야말로 현재 오쿠타들의 현실인 것이다.

 

"에바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비극이야... 제23화에서 미사토가 했던 말이다.

 

 

V. 극의 끝

 

-오쿠타 보완 계획

 

마지막회는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은폐해 버린다. 거기에는 왠지 기묘하고 박력 있는 위기의식이 있다. 놀라운 것은 그 자체이지 메시지가 아니다.하지만, 정말 중요 한 것은 메시지였다.그리고 안노 히데아키는 세계의 중심에서 자신을 외쳤다.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대단원을 맞으며 안노는 그의 목소리를 보다 직설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25, 26화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전개가 그것이다.

 

"너의 세계. 네가 평안할 뿐이고 아무도 없는 닫힌 세계. 그것은 네가 원한 세계이지만 스스로 닫은 세계야....... "

 

안노 히데아키는 자신이 이제껏 연출해낸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세계를 이렇게 말하고는 오타쿠들의 현실을 폭로한다. 마치 아스카가 당했던 것처럼 오타쿠들은 일련의 정신오염을 당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본격적인 오타쿠 보완계획이다.안노의 오타쿠 보완계획은 내용상의 인류 보완계획과는 전혀 다르다.오타쿠 보완계획이 오타쿠 자신을 사회적 존재임을 확인시키고 현실 속으로 회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인류 보완계획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독립개체로 온전하게 하고자 하는 계획인 것이다. 즉 인간의 사회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오타쿠에게 개인만의 폐쇄상황을 제공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계획이다. 이렇게 자신의 견해와는 정반대의 인류 보완계획을 안노 히데아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어떻게 진행시키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류 보완계획이란 인류를 진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제13화에서 바이러스형 사도가 NERV의 컴퓨터 MAGI를 해킹 할 때 사도가 진화하자 겐도는 "진화의 끝은 자멸이다. 죽음 그 자체야."라고 말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안노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지 않는 인간은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즉 그는 인류 보완계획이라는 아이템을 극중에서 제시하되 그것을 부정함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인 것이다. 그리고 후에 극장 판에서 인류 보완계획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이라는 게 드러나고 그 열쇠를 쥔 주인공 신지는 불완전한 인간을 택해 인류를 구제하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것이 인류 보완계획의 종말이다.

 

그럼 오타쿠 보완계획은 어떻게 끝나는가? 오타쿠의 둔감함 때문에 인류 보완계획과 마찬가지로 극장판까지 질질 끌게 되지만 일단은 TV판에서 일단락 매듭지어진다. TV판 마지막에 제시되는 "인류의 보완이 시작됐다. 모든 것은 무로 돌아갔다."라는 메시지와 "이것이 네가 이끄는 세계의 종말, 모든 결과 중 하나야." 라는 메시지로 알 수 있다. 보완이 시작되며 이제까지의 세계가 무로 돌아간다.여기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것은 하나의 픽션이며 따라서 이것이 끝나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라는 의미가 새겨져있다.

 

"이게 진실.. 많은 것의 결과가 이것." 이라는 말.이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오타쿠 보완계획의 전부이며 안노 히데아키의 목표였다.그리고 오타쿠를 대신하여 에반게리온에 등장한 주인공 이카리 신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기에 있어도 괜찮은지 몰라. "

(여기서 벽이 깨지는 모습이 나온다. 신지의 마음의 벽, 오타쿠들의 스스로 닫은 벽, 사도의 AT필드.. 이 모든 것이 깨지고 개화하는 모습이다.)

 

"그래 나는 나일 뿐이야. "

"나는 여기에 있고 싶어. 나는 여기에 있어도 좋은 거야."

 

그리고 그는 세계의 중심에 서서 사람들의 축복을 받는다.이렇게 오타쿠는 보완되었고 오타쿠 보완계획은 끝이 났다. 그리고 그 오타쿠 보완 계획 자체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TV판 셀 애니메이션 영화도 끝이 났다. 그러나 불행히도 에반게리온의 파격 결말은 오히려 에반게리온의 팬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고 그들은 안노의 의도는 모른 채 극장판의 화려한 결말을 기대하고 있었다. TV판 만으론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결국 안노는 극장의 관객들을 스크린에 올리는 극명한 방법으로 오타쿠들을 보완시키게 되고 오타쿠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세계에 대해 쓰라린배신감을 맛보게 된다.

 

실제로 안노 히데아키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오타쿠들에게 에바의 세계가 가공된 세계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TV판 마지막화에서 문자가 어지럽게 비춰지고 주인공들의 독백이 마치 무슨 의식을 치루듯 진행 될 때 그는 등장인물들의 콘티나 마커로 그려진 그림들을 등장시켜 이처럼 에바의 세계는 단순히 성우의 목소리가 더해진 그림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리고 나서 극히 평범한 셀 애니메이션 형태의 또 다른 에반게리온을 갑자기 진행시킨다.아스카가 신지의 집으로 와 신지와 함께 등교하고 미사토가 학교 교사로 등장하는 행복한 분위기의 에반게리온 세계가 다시 한 번 펼쳐지는 것이다.

 

이 새로운 세계를 보며 오타쿠들은 이제까지 진행되 오던 시종일관 침울하고 자폐적인 그리고 오타쿠들이 생각하기 싫은 에바 후반부의 까다로운 전개에서 일순간 해방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안노는 이를 허락하지 않고 곧바로 원래의 에바 세계로 돌려 버린다. 오타쿠들이 아쉬움을 느끼게 하여 오타쿠 자신이 바라고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는 보기 좋은 세상) 예상치 못한, 만화 영화로서는 있어선 안될 전개를 보며 불안해 하고 있을 오타쿠들에게 '자 그럼 이런 세계는 어떨까?' 하고 다른 에바의 세계를 보여 줌으로서 결국 원래의 에바도 이같은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을 일깨워 줌과 동시에 따라서 이 세계의 종말을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는 안노의 의미가 오타쿠들에게 전달 된 것이다.오타쿠들은 여기서 이미 에바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어야 했다.작품의 완성은 주제의 표출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이처럼 TV판에서 이미 끝난 영화이다. 그러나 그걸 깨닫지 못한 오타쿠들은 스토리상의 결말을 원했고 GAINAX는 극장판을 제작해야 했다.

 

"아직도 모르겠니? 그럼 다시 한번 말해 줄게..."

 

이것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극장판이다.세계를 뒤흔든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작자의 주제가 가장 강하게 전달 되는 영화이다. 만화영화라는 장르에서 그토록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한 사람은 없으며, 그 생각이 자신이 만든 영화의 소비자를 비판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혁신이다.그런 확고한 주제의식이 오늘의 에반게리온 현상을 빚어냈고, 또한 그것이 에반게리온 현상을 종식 시켰다. 안노 히데아키의 이름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

 

 

 

  제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에반게리온의 전체적 해석을 내린 내용중에는 가장 제 느낌하고 근접한 내용이라서 일단 이것을 한번 소개해드렸습니다.

 

  이 논문에는 몇가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안노씨가 '오타쿠를 싫어한 오타쿠'여야 한다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안노씨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우리가 인류 보완 계획의 일환으로 안노씨의 생각을 해집어볼 수 있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그것을 전제로 하고 에바를 오타쿠 문화의 자성(?)을 기반으로 해석한것은 상당히 신선한 내용이죠.

 

  사실, 에바는 내용상으로만 해석을 해버리면 정말 뭐가 뭔지 알수 없게 되는 무한 루프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적으로 외적인 현상에 결합한 해석을 하면 그간 해석에 난해함을 제공했던 수많은 부분들이 상당히 명쾌하게 풀리게 되죠.

 

  어떤 면에서 보자면, 결국 안노씨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던, 이러한 해석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고 보입니다. 비록 그것이 꿈보다 해몽이 좋을지라도 말이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딩굴딩굴 영상팀과 죽어나는 음향/성우팀

 

  이번에는 에바의 외적 연출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에바의 영상쪽을 먼저 살펴보면, 확실히 당시 시대적 상황에 있어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생체형 메카닉 디자인부터 각종 설정이나 디자인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호감가지는 않지만) 독특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해주는 '셀', 소위 말하는 노가다팀쪽에 있어서는 다른 작품하고 비교했을때 상당히 편한 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화에서 거의 '정지영상'에 가까운 부분이 많은데다가 반복적 내용도 엄청나게 쓰이고 있고, 그렇다고 작화 퀄리티가 극상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솔직히 말하면 '리뉴얼'판에서 다시 그렸다고 하는 작화 퀄리티가 그정도였다면 조금 안습입니다.-_-) 물론 이러한 정지영상적 배치나 반복이 감독의 의지대로 설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영상쪽 파트의 작업량은 다른 파트에 비하면 상당히 편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음향/성우쪽으로 가면 아예 차원이 달라집니다. 분명히 영상쪽으로는 반복 장면이나 정지영상이 엄청나게 쓰이는데, 사용된 음악이나 효과음은 미묘하게 계속 다릅니다. 특히, 죽어라 반복장면으로 돌리는 25~26화에서 보면 똑같은 장면은 무지막지하게 반복하는데 성우들은 전부 '다른 톤의 연기'로 계속 '갈굼당한다'는 느낌이 딱 어울릴정도로 반복 재생을 해주고 있었습니다.(굳이 그쪽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부분이 그랬죠) 뭐랄까, 각 파트별 작업 노가다를 비교하자면 영상팀에 비해서 음향쪽은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뭔가 안노씨가 사악한 일면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_=)

 

  좀 나쁘게 말하자면, 에바 제작비 자체는 (영상쪽 기준으로 볼 경우) 그렇게 돈을 많이쓴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솔직히 리뉴얼판의 5.1ch 음향으로는 초기 제작비는 상상을 할 수 없는 파트니 제외) 저예산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돈을 무지막지하게 때려부은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았죠.(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고 알려졌지만 말이죠. 딩굴) 작품 전체의 움직임과 같은 영상쪽 퀄리티에도 돈을 좀 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3-

 

 

- 지금 보게 된 것을 '안도'하게 만드는 대작

 

  어느 문화상품을 통틀어서라도, '해석'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작품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특히, 그 해석의 논란이 커질수록 그 작품의 가치는 미묘하게 상승하는 효과를 같이 수반하는 경우가 많죠.

 

  애니메이션 3차 붐으로까지 일컬어졌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바로 이러한 점에 있어서 상당히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문화적 코드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에 그정도 규모와 스케일을 구성하였으며, 게다가 작품 전반에 흐르는 그 모호성은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논쟁의 장으로 이끌기에 충분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이걸 방영하는 당시(10대 중반이었던) 90년대 중후반이 아니라 2006년,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정신연령으로는 에바에 흐르는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도 부족했을 것은 물론이거니와, 상당히 우울한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꽤나 상처를 입었을것(?)이라는 추측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더라도, 어느정도 [자아]를 확립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이 작품을 보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어차피 봐야했을 작품이었다면 말이죠)

 

  사실 이런 이야기는 괜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때도 에바에 미쳐서 딩굴거리던 친구들이 몇명 있었는데(물론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지만) 걔네들은 이미 흔히 말하는 오타쿠 인생을 살고 있었죠.-_- 전 당시에는 게임 전문으로 애니쪽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 전 스스로 '계열이 다르다'라는것 정도는 선을 긋고 있었죠. 지금이야 갈수록 원소스 멀티유즈가 심해지는 덕분에 저도 이장르 저장르 가리지 않고 찾는 식으로 변화하였지만-_- 당시만해도 분명하게 선을 그을수 있었으니까요.

 

  에바는 여러가지 면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남기기는 하지만, 거기서 정상적인 답을 찾을수있는 사람은 아마도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기를 끌만한 요소에 매니악한 설정을 묘하게 결합시켜서, '사회 현상'으로 승화시킨 작품, 하지만 제 기억속에서는 그다지 좋은 모습으로는 남아있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작품으로 기억될듯 합니다.(이건 취향의 차이니까요.)

 

  끝으로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에바는 [사고의 생산성]면에서는 마이너스적 요인이 너무 강합니다. 이 작품이 대세가 되었다는것은 그만큼 세기말적 비극(?)었다고 보입니다. 아까울 따름입니다. 쿄쿄.

 

 

* 보너스

 

  건버스터에 이어서(실제로 본건 이게 먼저지만) 에바에서도 세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속에 주옥같은 명언(-_-)들이 쏟아졌습니다. 다만 제 기억력의 한계로 대부분 소실하고 몇가지 남지 않았네요. 관계자 두분은 속히 기억나는 내용을 보충해주시기 바랍니다.-_-)/

 

- 장면 1 :초반에 신지가 레이가 수영복 입은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옆에 애들이 레이에 대해서 평을 하는 부분

 

달걀 : 음-_- 하루히가 오버랩되는데요

스프 : 어째서! 당신 제정신이에요?!

달걀 : 세상을 멸망시킬것 같다잖아요.(하루히 네타성 발언이지만 이정도는 뭐-_-;)

스프 : 아무리 그래도 어째서 레이에서 하루히를 찾는겁니까[..]

달걀 : ....

 

- 장면2  : 마지막 사도화에서 신지가 카오루와 만날때

 

미유 : (매우 흥분한 목소리로) 이자식아! 만나자마자 얼굴 붉히지 말란 말이닷!

달&습 : 쿨럭(머엉-)

 

(잠시 후)

 

미유 : 이 화가 바로 수많은 동인지를 생산시킨 그것이죠.(-_-)

달&습 : ...ㄱ-

 

 

- 장면3 : 극장판 2기에서 아스카가 날뛸때

 

스프 : 폭주해서 날뛰네요

달걀 : 저거 폭주한거에요? 그냥 열받아서 난리치는거지 폭주한걸로 보이진 않는데

미유 : 제가 알기론 저거 폭주할뻔하다가 실패했다고 보는게...

달걀 : 120% 아니면 폭주가 아니죠. 400%는 다시 안나오려나

스프 : 400%는 폭주가 아니라 흡수에요.[..]

달걀 : ....

 

 

  이거밖에 생각이 안나는 제 머리를 탓해주시길ㄱ-a



* 이사 이전 댓글들

  1. 사쿠라 

    400%넘어가면 에바에 흡수..되?(...)
    신지가 그랬었고..

    에바의 OST, 아직 구해보신적 없으시죵?
    애니 보셨을때 느끼신 것 보다 훨씬 많은 수의 어레인지 곡들이 있을겁니다(...)

    2006/08/18 18:47
  2. optiii

    결국 에바를 보셨군요. 시간이없어서 아직 인용부분 전까지만 보았는데;
    자폐와 정신분열의 여러가지 형태라고 하셨는데. 사실 자폐나 정신분열은 표면상의 행동일뿐 그러한 행동의 기제가되는 트라우마는 세명이 다 다르잖아요. 정신분석학에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행동의 양태보다는 행동근저에있는 자아를 명확하게 찾아내어 분석하는 학문이 아니던가요? (물론 외양적인 행동역시 중요하기는 하지만요)
    그런면에서 봤을때 세사람의 트라우마가 서로 다른 원인에서 온것인만큼 그들의 행동도 같은 맥락에서 왔다기보다는 다른 유형의 케이스들이 에바를통해 유사한 형태로 구현화 되는것이 아닐까나요? ㅡ.,ㅡ;;

    그리고;; 자폐환자들이 함께 가지고있는 경우가 많은 조울증이나 경계선장애와 같은 증상들에서 특히 조증일때 보이는 과도한 집중력과 흥분이 에바의 폭주로 이어진다고 볼수도 있을것같네요...(폭주시의 비정상적인 싱크로율이나 1화에서 신지가 에바에 첫 탑승했을??보이는 믿기지않는 싱크로율같은...)

    2006/08/18 18:54
  3. 달걀

    사쿨/엔딩곡같은경우에 에바 리뉴얼판 DVD에 매 화 엔딩이 다르답니다. 각 화별로 전부 엔딩곡이 달라서 DVD에만 총 32개 버전의 엔딩곡이 존재하죠.

    옵티/트라우마나 기제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같은 병을 다르게 표현한것으로 보는게 '일반인이 받아들이기엔 가장 쉬운 해석'이 아닐까 해서 적은거죠. 일부러 이건 병리학적으로 이렇고 저렇고 하는 논문을 저에게 요구하는것은 아니겠죠.-ㅁ-? 궁극적으로 얘네들이 결국 같은 상황이라는것은 25, 26화에서 서로간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나오는 내용을 통해서 유추가 가능합니다. 증세가 다를뿐 근본적인 병이라는 점에서는 오십보백보였다는거죠.-ㅁ-

    그리고 뒤에 멘트는 한마디로 '정신나간사람'을 태워야 에바가 본실력이 나온다는 이야기게 되어버려요.[..] ㄷㄷㄷ

    2006/08/18 19:38
  4. 사쿠라

    신지가 에바에 첫 탑승했을 때의 믿기지 않는 싱크로율은
    에바 테스트때 흡수된 이카리 유이때문이 아닌가 싶심둥.
    폭주의 경우에도 신지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에바 혼자 폭주 한 것도
    신지의 생명에 위험(...)을 느낀 에바에 흡수된 유이의 반응이 아니었을까 싶구요.

    뒤로 갈수록 에바에 흡수되었던 유이의 능력은 사라지는 느낌이 들더군용.
    신지가 자각을 해가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려나 싶기도하고..

    2006/08/18 20:44
  5. 다물도사

    또 삼천포 댓글인데.. 건담이나 토미노 감독에 대한 장문의 글을 보고나서도 그렇고 이번 달걀님 포스팅을 보고서도 느껴지는 건, 아무리 감독들이 오타쿠나 건담에만 혼이 묶인 팬들에게 뭐라고 하려해도.. 애니를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고.. 또 만들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감독들은 오타쿠나 팬들 손안에서 파닥파닥하고 있는 것 같음 =_=;
    우리나란 애니산업 자체가 발달되지 못한 게 안습이지만.. 일본은 감독들이 오타쿠 손에서 파닥파닥 댄다는 것도 좀 안습같음;;(작품을 분석해서 '오타쿠를 까는 내용이 있다..' '팬을 까는 내용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자체가 애니메이션 팬(혹은 오타쿠?)들의 유행이 된듯 하니까요. =_=;)

    2006/08/18 20:46
  6. 달걀

    도사/괜찮아요. 오타쿠를 부정하건 감싸건 긍정하건 결국 돈버는건 오타쿠를 울궈내는 제작진들이에요.-_-b 세상은 돈(탕)

    2006/08/18 22:20
  7. 다물도사

    흠..하긴 그렇군요 -_-b
    그러고 보면.. 오타쿠를 까는 복잡한 내용의 애니 자체가 이미 오타쿠들을 낚는 미끼..덜덜

    2006/08/19 00:33
  8. 루디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타쿠들 낚기엔 참 좋은 작품.

    2006/08/19 13:02
  9. optiii

    사실 에바 파일럿중에 정상인이 있었나요-_-;

    2006/08/21 02:06
  10. windship

    안녕하세요. 이쪽에 들러보는 건 처음이로군요. 이래저래 둘러보다가 에바 관련한 글이 있길래, 제가 읽어본 에바 관련글 중 가장 명쾌했다고 생각되는(다소 냉소적이기도 하지만) 글을 한번 권해드리고 갑니다.

    http://cafeanimate.net/zboard/view.php?id=review&no=2862
    http://cafeanimate.net/zboard/view.php?id=review&no=2863

    2006/09/18 12:35
  11. 달걀

    윈드쉽님 내방이라니 이런 영광이 (굽신굽신-ㅠ-/)

    2006/09/18 21:37

by 달걀 | 2006/08/18 17:44 | 애니 후기 (정식)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egginn.egloos.com/tb/16254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달걀네 얼음 별장 : 현재까지.. at 2008/03/19 20:12

... - 13 + 7 = 20화 (1.5묶음)02-2.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 (3기) - 14화(13분) (0.5묶음)45.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 6화 (0.5묶음)46. 신세기 에반게리온 (TV, 극장판) - 26 +2(2편) = 27화 (2묶음)47.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 - 12화 (1묶음)48. 현시연(현대시각문화연구회) - 12화 (1묶음)49. 지 ... more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