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슬링거 걸(Gunslinger Girl) 1기

오랜만에 정식 포스팅을 해보죠. 이번에 이야기할 작품은 [건슬링거 걸(Gunslinger Girl)]입니다. 이번 감상평은 미리니름(스포일러/네타바레)성 내용이 많이 들어있으므로 볼 예정인 분들께서는 내용을 보지 않는것을 권장합니다.


- 오랜만에 돌아온 무거운 작품

지난 애니 목록을 돌이켜보면서 생각해보면, 마지막 한달여간은 거의 무거운 작품들을 손댄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조금 우울해진 느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밀린 작품들도 다들 비슷했지만, 에바 이후로는 확실히 좀 가벼운 작품 위주로 즐긴 경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정리를 끝내고 새롭게 쌓인 수백편의 애니들(_ _ ); 천천히 살펴보니 이번에도 이런저런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쌓였습니다.

많은 작품중에 [건슬링거 걸]을 선택한 이유는 어떻게 보면 다소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이 작품의 표제 이미지를 예전에 스퐁네 집에서 본적이 있기 때문이었죠. 작은 여자애가 악기 케이스를 들고 있는 장면, 그리고 악기 케이스에서 무거운 중화기를 꺼내서 들고 있는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던 두 장면이 있었죠. 아무래도 꽤 인상적인 모습이었던것 같습니다. 문득 작품들을 살피다가 그 느낌이 생각이 나서 보기 시작했죠.

사실 시작하면서 조금 걱정했던 것은 [최종병기 그녀]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이미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좌절로 치닫는 흐름으로 속칭 '땅파기'의 대표작중 하나가 되어버렸던 작품이죠. 설마 그정도까지야 할까라는 느낌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 The girl has a mechnical body.

유심히 본 분들은 이걸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母윱求? 이건 건슬링거 걸의 부제격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해석하면

'소녀는 강철(기계)의 몸을 가졌다.'

...정도가 될까요?

이 부제에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경상 아마도 이탈리아의) 정부 정보기관인 '사회복지공사'는 이러한 '의체'를 이용해서 대테러전이나 정부에 반대하는 쪽의 암살 등 소위 말하는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더러운 일'들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각기 과거는 다르지만, 목숨이 경각에 다한 과거를 가졌던 소녀들이 특별한 '계약'을 통해서 '사회복지공사'라는 곳에서 '의체'를 받아서 몸을 개조당하고 전투병기로 키워집니다. 또한 '조건'(제약설정)을 통해서 행동을 제약하여 여러가지 상황적 설정에서 어떻게 해야하야하는지 등의 일정의 행동제약도 걸어두죠.

이러한 소녀는 기관원과 짝을 이루어서 행동을 하게 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기관원과의 짝을 '프라텔로(남매)'로 부르고있습니다.이 '의체'를 가진 소녀들은 해당 기관원과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짝이 된 기관원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하는 최우선적인'조건'이 걸려있습니다.

한편,이 소녀들은 이 '의체'와 '조건'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짧은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다른 부작용으로 때때로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등의 정신적인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However, she is still an adolescent child.

부제에는 또 한마디가 더 있습니다. 이건 해석하면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미숙한 어린애다'

...정도로 해석이 되겠죠.

첫번째 문장이 육체적인 개조와 강요가 뒤섞인 음울한 내용이라면, 이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사람의 소녀'로써 살아가는 여러가지 모습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남매 관계에 대해서 큰 제약을 받지 않는 이들 짝은 각 조별로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빠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엄격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조는 순수하게 일때문에 만나는듯한 모습도 보여주는가 하면,짝사랑하는듯한 관계도 나오고 있죠. 물론 오빠에 따라서는 '의체'를 '사람'이 아니라 '도구'로 인식하는 쪽도 있습니다.(이쪽은 정말 쓰리죠.)

작품의 설정상 다양한 '조건'의 설정때문에 '획일화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각 관계는 각 조별로 천양지차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조건'때문인지 실제로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각 소녀들은 자신의 오빠를 존경하고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를 나타내는 모습은 역시 다릅니다. 어떤 면에서는 풋풋한 사춘기의 소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죠.

- 전혀 다른 두가지의 설정의 자연스러운 만남

살인병기로써의 '의체'와 사춘기의 '소녀'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공통분모를 찾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 두가지를 결합해서 하나로 묶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두가지의 전혀 다른 상충된 행동패턴이나 사고방식을 '조건'을 인위적으로 묶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조건'이라는 것은 행동을 제약하는 최소한의 내용이지, '의체'의 모든것을 좌지우지 할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특히, 초반부에 나오는 '조건 강화시의 수명 단축'에 대한 내용은 가능한한 조건을 최소화 하고자하는 오빠들의 의지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특히 11화에서 헨리에타가 설명해주는 내용은 이를 압축적으로 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조건'과 '애정'은 서로 닮은점이 있지만 '조건'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면, '애정'은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의 차이라고 말이죠. 즉, 임무를 수행하고 자신의 오빠를 지키는 것이 '조건'으로 걸어두었지만, 사춘기의 소녀에 있어서 이것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 전혀 달라보이는 두가지 패턴을 한 사람에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죠.

....뭐랄까. 볼때는 이해가 되지만 말로 설명할때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아마 보신분들이라면 공감을 하실지도 모르?冒六?

- 가혹한 '조건', 이 속에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이 작품은 처음부터 비윤리적인 내용으로 시작을 합니다.

원래 여기서 나오는 '의체'들은 사실 여러가지 사고로 인해서 '죽었어야 할 일반적인 소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계약'을 통해서 '의체'가 되어서 '살인병기'로 훈련받게 되죠. 게다가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조건'을 받게 되며, 양립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설정을 한 '의체'에게 주입해서 성립할 수 있도록 합니다.

2화에서 나오는 '리코'가 자신을 얼핏 좋아한다는 느낌을 드는 비관계자를 죽이면서까지 이곳 생활이 좋다라는 부분, 8화에서 '헨리에타'가 자신이 몇명을 '처리'했는가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장면 등,참 뭐라고 말할수 없이씁쓸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꽤 있습니다. 과연'조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회의적인 생각이 들게 되죠.

*이러한 다소 충격적인 설정과 모습때문에 이 작품 자체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죽는것보다 나았을까라고 묻는다면, 정말 대답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윤리적 문제를 떠나서 그녀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일종의 '기회'가 되는 것이며, 타의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 상황보다는 좀 더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너 죽어라'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런 초인적, 기계적인 '의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정신연령은 사춘기의 소녀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조건'때문에 그 사고방식이 일반적인 연령하고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속에서 작은 만족이나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죠. 즉, 이 '소녀'들은 '기계인형'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더불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설정상의 '조건'이 아니라 전체적인 작품에 흐르는 분위기나 제약에 따른 전반적인 그야말로 '악조건'속에서도 자신이 가질수 있는 작은 행복이나마 찾으려고하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정말 이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군요.

- 이율배반적인 아름다운 배경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까요? 이탈리아의 배경에서 생각나는 각종 미술품이나, 역사적인 유물, 건축양식들의 혼합된 모습을 작품에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수채화로 그린듯한 아름다운 배경은 이 작품이 가지고있는 무게만큼이나 이율배반적으로 다가옵니다.

아름다운 각 도시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저격, 살인등은 그 아름다운 배경만큼이나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7화가 건축이나 미술품에 대해서 주로 설명을 하는 화가 있었는데, 그 내용만큼이나 총격신도 꽤나 치열했죠.

설정이나 작품의 내용하고는 거리가 꽤 멀었지만 역시 객관적으로 봐서 배경이 멋진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다른 스타일의 작품에 쓰여도 좋은법한 배경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네요.

- 캐릭별로 다른 차별적 작화, 인상적인 연기력

이 작품에서 작화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평을 줄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이게 캐릭터별로 다른다는게 좀 문제입니다.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절대 망가지지 않는 캐릭터는 '트리에라'입니다. 트리에라 한사람만 놓고보면 정말 작화상태는 극상이며, 거의 완벽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는 큰얼굴과 작은 얼굴 대비시에 다소간 뭉게지는 느낌이 있으며, 간혹 얼굴의 윤곽이 조금 펑퍼짐해서 조금 '부은 얼굴'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 등 조금씩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이는 마치'마리미테 사태'를 연상케하고 있죠. 하지만 전반적인 작화 상태는 괜찮은 편입니다.

한편, 성우진의 연기력은 상당히 우수합니다. 조금 억양이나 발음이 특이한 내용이 많아서 일본식 발음으로 먼산보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만, 그래도 작품에 묻어나는 '다소 어둡고 건조한 느낌'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들도 그렇지만, 사실 남자들, 특히 조연들도 상당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급중에는 '트리에라'의 연기력이 가장 좋았던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채가 강한 이 작품에서 조금이나마 밝은 성격을 가지고 이야기를 주도해나가는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었죠.

- 우울하고 씁쓸했던, 하지만 인상깊은 작품

[건슬링거 걸]은 개학후 첫 작품으로 그다지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설정이나 내용의 무게가 가볍게 보기에는 꽤 부담있는 작품이었던데다가, 여러가지로 생각하거나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작품이었죠.

하지만 객관적으로 퀄리티가 높고 인상깊었던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상충되는 여러가지 요소를 한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이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수 있습니다.

역시 이 작품을 추천하기에는 조금 사람을 가릴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좀 설정상의 내용에 구애받지않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괜찮을듯 합니다. [최종병기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우울하고 씁쓸한 작품이에는 틀림없으니 말이죠.

끝으로....그녀들은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었을가요? 사람과 도구의 경계는 어디까지였을까요? .....역시 마음에 걸리는게 많은 작품인듯 합니다. 이렇게 뒷맛이 씁쓸한 작품도 드물듯 합니다. 후우.


* 이사 이전 댓글들

  • 옵티  

    만월은 어디에...(탕!)

    2006/09/07 19:24
  • 달걀

    과제가 너무 많아서 일단 중단[..]

    2006/09/07 21:23
  •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달걀 | 2006/09/05 23:07 | 애니 후기 (정식) | 트랙백(1) | 핑백(2)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egginn.egloos.com/tb/162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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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달걀네 얼음 별장, 아.. at 2008/03/18 20:42

    제목 : 공개사진 - 건슬링거 걸
    이번에 공개사진으로 보여드리는 작품은 [건슬링거 걸]입니다. 기본적으로 정사각형을 맞추는데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이미지 크기는 들쭉날쭉해도 양해를[..] 어차피 공개사진용으로 쓰면 다 마찬가지로 리사이징 됩니다.(푹)개인적으로 상당히 음울했던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나, 작품 자체에 걸린 제약 조건이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만들었죠. 역시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에 이야기를 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트랙백쪽 참고하시면 될 것......more

    Linked at 달걀네 얼음 별장, 아마도 2.. at 2008/03/18 20:41

    ... 정신이 없어서 여러 캐릭터를 찍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3컷정도는 남아있습니다. 미리니름(네타바레/스포일러) 방지를 위해서 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후기 - http://egginn.egloos.com/162574 1. 손들고 있는 헨리엣타아마 이 장면은적들에게 가짜로 접근을 하기 위해서 연기를 하는 장면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이 장면 직후에는 유혈극이 [..] ... more

    Linked at 달걀네 얼음 별장 : 현재까지.. at 2008/03/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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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dunkbear at 2008/03/18 18:24
    저도 인상깊게 본 애니죠. 하지만 현재 방영 중인 2기는 1기의 작화를 기대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성우도 달라졌고 작화도 (무슨 곡 미소녀물처럼) 달라져서 아쉬움이 남죠. 다행히도 설정과 내용의 무게는 1기와 비슷하더군요.
    Commented by 달걀 at 2008/03/18 19:00
    dunkbear/2기는 지인들로부터 소문을 들어서 얼마나 ㅎㄷㄷ인지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습니다. ;ㅠ; (사실은 누가 1화 보내줘서 이것좀 보라고 땅을 치길래 조금 보다가 처음부터 누구세요 모드보고 좌절하고 꺼버렸...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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