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09일
천원돌파 그렌라간
[천원돌파 그렌라간]. 다른 작품 중에도 꼭 포스팅해야 할 작품들은 많지만, 이 작품만큼은 진짜 '본 직후에 포스팅하지 않으면 안되는 작품'이라서 순서 다 제쳐놓고 이 작품을 먼저 포스팅하겠습니다. 최근 계속 약식 처리만 하다가오랜만에 정식 포스팅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필연적으로 내용상에 미리니름(스포일러/네타바레)가 있으므로, 보실 예정이신 분들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를 눌러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필자가 예상치못한 상황으로 '댓글'을 통해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혹 댓글이 좀 있다고 하여서 절대 열어보는 우를 범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더불어서 이 작품은 특성상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쪽의 분위기와 일치도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혹시 이 시리즈의 작품을 보실 분들도 이것까지 다 보고 오시길 권장합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이 작품을 봐야할지 어떨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메시지 하나만 선행타로 날리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제 글을 읽는 분께서 [천원돌파 그렌라간]이라는 이름을 못듣고 죽게된다면, 모르기 때문에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미 이 이름을 보고 들은 이상, 이 작품을 보지 않고 죽는 것은 천추의 한(恨)이 될 지어니 고민이 있다면 낼름 날려버리시고 후딱 보시기를 강력히 권하는 바입니다.
특히,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시리즈를 즐겨 보셨던 분들이라면 무조건 보시기 바랍니다. 그때의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서두 소개는 이정도로 하고, 이제 본문을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보신 분들은 딱 여기까지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_ _)
최근 국게사 클박(http://clubbox.co.kr/kglc) 의 다운로드 주간입니다. 덕분에 그간 밀렸던 애니들 받는다고 정신이 없는데, 클박 켠 동안에는 게임을 불가능하기 ??문에, 자연스럽게 애니를 볼 기회가 많아집니다. 이번 작품은 그 와중에 '사방으로부터 제발 좀 보라'는 압박에 부응하여 최근 받을 파일중에서 골라서 보게 되었습니다.
- 2007년, 가이낙스의 화답 - [건버스터]에서 [그렌라간]으로
[천원돌파 그렌라간](이하 그렌라간)은 가이낙스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정통 로봇 애니입니다. 가이낙스가 작업한 작품들의 장르는 다양하지만, 직계는 역시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이하 건버스터)의 계보를 잇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열혈물'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건버스터]에서 보였던 그 느낌을 좀 더 파워업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그렌라간]은 제작기간만 5년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는, 근래애니메이션의제작 관행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작품인 가이낙스의회심의 역작입니다. 이 작품은 작품의 대부분의 평가부문에서 A급을 넘어서 S급을 추구하는 그 극한의 퀄리티는 정말 장시간의 공을 들였다는 것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달로,차원으로, 은하로, 우주로
서두에 [건버스터]를 지칭한 이유는 시나리오의 기본적인 흐름이 이 작품과 같기 때문입니다. 스케일이라는 면에서 보면, 처음에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망라하는 가장 큰 생각으로까지 발전하는 작품이야말로 [건버스터]류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그렌라간]의 시작은 땅속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합니다. 그 곳에서 한명의 바보 열혈청년이 있었으니 '키미나' 그리고 그를 형으로 따르는 '시몬', 이들에게 천정(지상)에서 떨어지는 적 '간멘', 그리고 이를 쫓아 내려오는 '요코'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모험을 통해서 지상으로 나오고, '간멘'을 탈취하고, 동료를 만나고, 점차 그 규모를 증식(?)해 나가면서 지상의 적들을 몰리치고, 차원을 넘은 우주의 배후까지 싸그리 쓸어버린다는 것이 기본 흐름입니다.
게다가 적의 숫자도 처음에는 한두대에서, 종국에는 무량대수를 부르짖으며 숫자 놀음으로 압박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그렌라간]이 [건버스터]의 직계임을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시나리오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으로 포기하지않는 '근성과 열혈'을 꼽는다면, 이는 역시 [건버스터]의 '노력과 근성'하고 등호를 그릴 수 있는 관계입니다. [건버스터]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오버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 TV 시리즈로 변신을 하기 위한 추가 요소들
하지만 [건버스터]는 기본적으로 OVA나 극장용으로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길이가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에, 이번 [그렌라간]만 하더라도 총 27화의 2쿨짜리 작품으로 길이가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OVA나 극장판과는 달리, TV시리즈에서는 '긴 호흡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몇가지 필요합니다. 특히나 그것이 [건버스터]류의 굉장히 빠른 속도로 규모(스테일)가 증가하면서 긴장(텐션)을 유지하려면 일정 부분 특별한 장치가 몇가지 필요하였습니다.
제작진인 가이낙스에서는 이 부분을, 크게 작품 자체를 크게 3기로 나누는 방법으로 일차적인 해결을 하였습니다. 시나리오상으로 초반에 '카미나의 죽음'까지 가는 것이 1기, 그리고 니아와 만나서 수도 '텟페린'의 함락까지가 2기, 끝으로 우주에서 배후인 '안티 스파이럴'의 처리를 3기로 본다면, 각 기수는 8~10화정도로 딱 OVA 크기의 사이즈가 나옵니다.
이들 각 기에서는 초반에는 긴장도가 낮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증가하여, 각 기의 종국에는 이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주는 패턴을 하고 있습니다. 각 기를 연결하기 위해서 상징적인 사건을 하나씩 상정해두고 이를 통해서 아주 유연하게 긴장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TV 시리즈에서 긴장도의 호흡조절은 장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인 동시에, 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처리했다는 것이 바로 가이낙스가 가진 하나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캐릭터 : '카미나'와 '니아'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렌라간]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이 되는 인물은 '카미나'와 '니아'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듯 보면 전혀 대조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 두 인물은, 의외로 공통분모를 같이 공유하고 있는 캐릭터들이기도 합니다.
먼저, '카미나'의 경우, 이런류의 작품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열혈'을 불어넣어주는, 그리고 그 느낌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합리화와 정당화를 시켜주는 키를 쥐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불꽃은 그가 죽는 순간까지 계속되며, 이는 후계자인 '시몬'에게 지속적으로 주입을 통해서 전달을 합니다.
사실 이러한 시나리오의 흐름에서 일부 눈치빠른 분들은 카미나의 '조기 죽음'을 예견한 분들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7화나 되는 작품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높은 수준의 긴장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처음에는 열광할지 몰라도, 후기로 가면 그것조차 '당연시'되면서 '고긴장에 따른 피로도가 급격히 증가'할 수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가장 긴장도가 높은 주동인물의 제거'가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러한 공식을 충실히 따라서 '카미나의 죽음'으로 작품에서 뒤로 밀어내버립니다. 이를 통해서 긴장도는 한풀 꺽이고 시나리오의 흐름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됩니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분들은 많겠지만, 사실 필수적인부분이었습니다.
'카미나'가 죽은 후,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는 천진난만한 유형의 '니아'입니다. 첫 등장에서부터 '메인히로인의 경쟁구도 내지는 교체'를 온몸으로 보여주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녀는, 자신의첫 전투에서 일장 연설로 좌중을 한번에 휘어잡는데 성공합니다.(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만세였음)사실 이 과정에서 저는 니아가 후기에서 '리더의 위치'에 오를 것까지 생각을 했습니다만, 아쉽지만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쪽으로 가는 것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니아'는 '카미나'와 유형상으로는 전혀 다르지만, '시몬'에게 움직여야 할 이유를 제공하고, 뒤에서 무한한 믿음을 보내준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카미나와 동일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카미나'가 '시몬'에게 전달한 것은 열혈뿐 아니라 파트너와 자신을 믿는 '신뢰'가 결정적 키워드중 하나인데, 바로 이 역할의 중심을 '니아'가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서 '카미나'는 죽어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되었고, 이 후의 '시몬'이 리더로써 움직여야 할 경우, 그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역할 부여는 '니아'가 담당을 하게 됩니다.
이는 2기뿐 아니라 3기에서도 계속됩니다. 특히 3기에서는 '니아'자신의 존재 자체가 움직여야할 동기가 되기 ??문에 그 역할부문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이미 눈치 빠른 분들은 3기에서 '니아'가 항상 등장을 하는 경우는 왜 하필 그 때, 그 순간에 등장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니아'가 '시몬'을 생각하는 또 다른 신뢰의 모습중 하나로 해석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답은 최종부에 돌입하면서 '달'을 기동할 때 '시몬'이 '니아'에게 이런저런 것을 설명해주는 것에서 잘 풀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니아'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진짜 자신을 구출'하는 것을 마지막 테마로 장식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자기 자신이 목적'이 되는 시나리오로 완성을 시킨 것이죠. 물론 그 과정에서 '신뢰'라는 핵심 키워드는 놓치지 않습니다.
......역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건 니아 역시 마지막에는 죽음으로 결말이 난다는 것입니다. '카미나'를 대신해서 '자기 자신이 목적'이 되어가면서까지 열연했던 그녀의 죽음은 전혀 다른 유형의 두 캐릭터가 얼마나 동일한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활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되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원래 히로인이 죽으면 펑펑 우는게 관례화되어있는 저같은 경우에도 생각보다 니아의 경우는그렇게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안타까움은 많이 남았지만.....(사실 볼때 주변에 가족들이 있어서 참은것도 좀 있음;ㅁ;)
사실 '카미나'와 '니아'의 역할에 따른 시나리오 구조가 이랬다는건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생각난 것이지만,그 장면을 볼 당시에도 그녀가 이끌어준 것은 '카미나'가 이끌어줬던 길과 같은 것임을느낌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또 하나의 밝은, 비극의 히로인 : '요코'
'요코'는 작중에서 '인간사'의 측면에서 보면 가장 비극적인 일을 많이 겪는 캐릭터입니다. 무엇보다 예비신랑을 둘이나 잃고, 마지막 인사는 죽음의 키스가 되었으니 말이죠. (생각해보면 '시몬'과 '니아'도 키스후에 그렇게 되었고, 결국 한쪽이 죽었으니 이 작품은 그야말로 키스는 죽음하고 동급을-_-) 그래도 타고난 캐릭터 스타일로 이러한 부분을 극복해내는 또 하나의 히로인이 바로 '요코'입니다.
'요코'의 경우는 캐릭터의 작중 스타일이 왈가닥에 가까우면서 전적으로 그렌단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주는 또 하나의 인물이 됩니다. 전투의 위치상으로는 철저하게 서포트를 하는 자리였지만, 이야기의 흐름에서는 항상 중심에 있었습니다.
'요코'의 가장 큰 위기(?)는 사실 '니아'가 등장하면서역할이 애매해질 수도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요코'가 가지고있는 천성의 활기참으로 이를 극복(?)해냅니다. 비록 메인 히로인에서는 밀려났을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요코를 위한 테마'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정도로 작품에서 보여준 표현력이면 제작진이 요코를 위한 자리를 충분히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그렇다쳐도, 두번째의 '키탄'의 죽음의 경우, 잘못하면 신파극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코'의 캐릭터성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메인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적절하게 억눌러야 했기 때문에, 일종의 '감정의 제어'를 당한 꼴이라고 할까요. 생각해보면 역시 이 설정 자체도 비극입니다.(_ _)
역시 여담입니다만, '요코'가 '선생님의 버젼'을 하고 있을때 모습은, 정말 '오네가이 티쳐'의 '미즈호' 선생님하고 이미지가 비슷한다는 느낌이[..] 뭐 금방 본색(?)을 드러냈지만 말이죠(푹): 처음 선생님 버전으로 나왔을?? 못알아봤습니다.orz 한 10초쯤 멍하니 보다가 헉[.......]
- 또 하나 발견되는 작은 공식
이런 형태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또 하나의 공식은 가능하면, 아주 특별한 경우(극의 마지막이거나 한 경우)가 아니면, 나이든 사람들이 먼저 나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조건에 있어도 어릴수록 생존확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이죠.
실제로 대다수의 조연급 캐릭터들을 다 쓸어내리고, '키탄'까지 아웃시키는 상황에서도, 작품의 초반부터 따라왔으면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키미'와 '딜리'는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그것도 선배들의 죽음을 딛고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역시 '아이들이 희망이다'라는 모토를 아주아주 충실하게 잘 따라주고 있습니다.
- 천원(天元)을 뚫는 나선의 힘
[그렌라간]은 설정상으로 보면 나선력이 가지고 있는 힘을 극대화해서 보여준 작품입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특이한 점으로,일반적으로 전투에서 '나선형'이 가지고 있는 힘은 보통 중간보스급으로 잘 표현되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를 주 테마로 잡는 설정 자체가 독특했다고 생각합니다.이는 그간 여러가지 힘의 원천(?)중에서도 평가절하를 받고 있던 느낌의 기술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은 제작진의 탁월한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도 '나선'을 '천정을 뚫는 도구'로 변환을 하면서, 무한의추진력이라는 날개를 달아줬다는 것은 상당히 신선하였습니다. 특히 기존의 '천장'을 일정한 한계를 시험하는 '장벽'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벽을 뚫고 앞으로 무한하게 전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 자체로 설정상으로 충분히 성공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천원'은 보통 바둑판에서 한가운데 점을 뜻합니다. 철학적으로 보면 천원은 우주의 중심이자 만물의 근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 천원은 일종의 장벽을 상징하는 단어로 '천장'하고 동일시 할 수도 있습니다. '천원돌파'는 바로 이 천공, 만물의 근원인우주에 달해 이것을 뚫고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 이미 제목으로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작명 스킬은 그냥 최고라는 말밖에는 안나옵니다. 이런 상징적인 말로 정리를 할 수 있다니 ㄱ-;
- 궁극의 작화와 연출
먼저 작화의 경우, 인물들의 표정이 살아있다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정 하나하나의 변화가 크고 과정된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그 인물이 생각하고 의도하는 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몰입도의 증가로 이어져서 작품속의 매력에 빠지기 쉽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TV 시리즈라는 부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화붕괴가 거의 없습니다. 보통 TV시리즈 자체는 작붕이 많고, 이를 DVD로 만들면서 재보정을 하는 경우가 일반화되었는데, [그렌라간]의 경우에는 도대체 제가 DVD 보정판을 보는지(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TV판을 보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정도로 깔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표정을 이정도 퀄리티의 작화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습니다.
한편, 그렌라간의 연출은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고 보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기에 아깝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오버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의 능력, 기술력 자체가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들로, '나선력'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특히, 로봇물의 올드팬(?)들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투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상당부분은 '고전적인 모습의 첨단 기술의 접목'이라는 것으로 해답을 내놓았으니제작진의 연출 센스는 정말 무서울따름입니다.
예를 들어서 전투신에서 폭발을 하는 장면은 아주 유려하고 화려하게 효과를 주면서 터지게 할 수 있는데 [그렌라간]은 꼭 그러한 기법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약간은거친 느낌으로 과거의 쓰였던 폭발장면의 2D적 요소를 강조한 거친 펜을 이용한 것은 '의도적'으로 그러한 연출을 만들었다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퀄리티 자체는 고품질을 유지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2D성의 반짝이는 연출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높은 내공을 가지고 있음'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보는이로 하여금 2중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여기도 여담 하나 덧붙여보면, 그렌라간을 볼?? 눈시울이 붉어진건 의외로 시나리오가 부분보다는 극한의 연출력에 감동을 해서, '비주얼에 감동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27화 다 보고 나니까 기본적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팔이 저리더군요. 게다가 팔짱을 끼고 있는 부분은 벌겋게 짓눌린 자국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팔짱을 '꽉 끼고 힘줘서' 본거였습니다.
이정도의 퀄리티를 주는 작품은 제가 지금까지 본 작품을 전부 통틀어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확신합니다. 그게 TV 작화였다고 한다면 작화+연출 종합 평점에 있어서는 최고점을 받을 작품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니까요.
- 활활 타올라야할 성우들
작품의 스타일답게, 열혈 역을 많이 맞는 성우들이 대거 등장해서 작품의 흥미를 돋구고 있습니다. 특히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카미나' 역을 맡으신 코니시 카츠유키씨의 경우, 예로부터(?) 선이 굵은 캐릭터들을 주로 담당하셨던 분이고, 이번에 자신의 불타오름을 유감없이 보여준 열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사실 시몬의 역을 하신 카키하라 테츠야씨가 분전(?)을 하였지만 워낙 '카미나'의 박력이 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묻혀버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게다가 목소리면에서만 본다면 '비랄'역의 히야마 노부유키(가오가이거의 가이-_-;)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시몬은 왜소해져버렸습니다. (하핫=_=)
양대 히로인을 보면, '요코'역의 이노우에 마리나씨의 경우 역할상 거친 목소리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같이 선보여야할 경우가 많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비교적 잘 소화를 해주셨습니다. 연기가 쉽지 않은 캐릭터였을텐데, 감정의 고조나 강약조절이 잘되었습니다. 다만 박력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는 점이 있었는데, 주로 좀 더 강하게 '내질러야' 할 부분에서 조금 포스가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니아'역을 담당하셨던 후쿠이 유카리씨의 경우 기본적으로 다소 여린 목소리로 니아를 소화하셨는데, 작품 자체에서 드물게 여려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그 색깔을 잘 드러내었다고 봅니다. 다만 역시 조금 더 강하게(여기서는 내지른다기보다는 강한 어조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방점을 찍어주는 느낌으로연기를 했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그 이외 다른 분들도 작품의 느낌을 감칠맛나게 살리는데 자기의 색깔을 가지고 열연을 해주셨습니다. 캐스팅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게 해도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연기력 자체에 대해서는 큰 문제를 삼을만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비주얼와 사운드 자체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목소리가 묻힐뻔한 위기(?)는 한두번 있었습니다만,상당히 어려운 작품을 무난하게 소화했다고 봅니다.
- [건버스터]의 감동, 그 이상을 안방으로
전반적으로 흐름 [그렌라간]의 흐름 자체는 [건버스터]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작품입니다. 건버스터의 규모자체가 이미 우주의 극에 달해있었기 때문에, 과연 [그렌라간]이 이 벽을 뚫을 수 있느냐가 또 다른 개인적 감상포인트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그렌라간]은 나선의 힘을 빌어 [건버스터]라는 거대한 천정을 뚫고 하늘로 치솟은 작품입니다. 단순히 수나 규모 면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면에서도 최종부분에 달하면 이미 건버스터를 한참 넘어버립니다. 최종 전투의 우주전은 은하를 뭉쳐서 융합시켜서 내지르는 것으로 이미 한계차원을 넘어도 한참 넘어버렸으니, 과연 이 계열의 상상의 끝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두려울 정도입니다.
탁월한 상상력을 최고의 퀄리티로 그려낸 작품, TV 시리즈로서, 이정도의 스케일, 이정도의 규모를 가진 작품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의 그런 괴물을 가이낙스가 다시 한번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감탄하는건, 자신들이 만들었던 벽이나 천정이었던 [건버스터]를 깨부수고 상승할 수 있는 작품을 스스로 다시 한번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제작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 상상력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 달할 수 있을까요?
더이상 어떻게 표현을 해야 좋을지 모를정도로대단한 작품입니다. 제가 봤던 자막제작자인 프리시스(http://www.prisis.co.kr)님의 표현을 빌자면, 향후 이쪽 계열의 애니메이션에서 큰 벽을 하나 만들었다는 평을 하셨는데,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렌라간] 자체가 또 하나의 큰 '천정'이 되었습니다. 과연 이걸 깰 수 있는 작품은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힘으로 이 모든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전에 더이상의 상상력이 뻗을 여지가 남아있는 것일까요? 역시 가이낙스였습니다;ㅁ;
끝으로, 작품의 표현을 빌어서 이 말을 남기면서 맺겠습니다.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어떻게든 하면 될꺼야!
- 제작진 생각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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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12/09 13:46 | 애니 후기 (정식)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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